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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DBR]Interview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by Daimona 201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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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BR 2013 No.136

인터뷰=김남국 DBR 편집장, 정리=김선우 기자 (김정학 숙명여대 인턴연구원 참여)



기업의 목적, 경영의 목적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너는 왜 사냐'고 묻는 이런 식의 질문에는 답하기가 정말 어렵다. 진짜로 진부한 대답인데, 회사 전체로 보면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사회적 가치 중에 주주의 이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돈을 벌어오는 것만이 주주를 행복하게 하는 걸까? 사회에 다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치는 상품일수도 있지만 방법이나 스타일일 수 있다. 1조를 벌건, 5000억을 벌건, 다른 메시지를 주면서 돈을 버는 것이 사회적 가치다. 또 사업은 자기 생각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듯이,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이, 그것을 표현하고 이뤄나가는 과정이 바로 경영이다.



'다른' 메시지나 방식의 실체, 본질, 내용은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다르기만 하면 다 좋은 건가? 새롭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사고의 영역을 넓힌다는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고, 어떤 구성원이, 어떤 방식에 의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해져 있는 건 좋지 않다.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지 않느냐' 식의 제안은 필요하다. 그것은 마치 작가가  새로운 표현 방법을 개발해내는 것만큼 중요한 얘기인 것 같다. 세부적으로 보면, 나는 현대카드가 카드 사업을 시작한 뒤 카드 사업의 정의가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업의 정의를 보험 쪽에서 또 한번 넓혀보고 싶다.



보험시장에서도 굉장히 만은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분명히 다른 스타일로 접근할 것 같은데...

  보험업에서 가장 중요한 DNA는 푸시(push) 상품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느 누구도 오늘 보험을 들었다고 새 구두를 산 것처럼 기뻐하지 않는다. 최신 TV를 사듯이 '신형 보험을 사야겠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푸시 상품이라ㅡㄴ 증거다. 필요 없는 것은 아닌데 굳이 내 발로 가서 사면서 기뻐하지 않는다. OLED TV가 무너지도 잘 모르면서 굳이 필요도 없는데 최신형이라는 이유로 사는 것을 Pull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대부분 고객은 보험을 오늘 아니면 내일 사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잉태하는 결과물이 있다. 채널이 주객을 전도했다는 점이다. 즉, 회사가 시장이 요구하는 적절한 상품을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푸시 상품이다 보니 푸시를 하는 에이전트인 채널이 더 편안한 쪽으로 상품 설계가 됐다. 이런 상황이 이해는 가는데, 과연 바람직한 건지 모르겠다. 중간 채널인 에이전트를 무시할 수는 업으나 이것을 적어도 균형점으로 갖다 놓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다른 회사에서도 많이 해봤을 텐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나 한번 노력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따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는 토픽이다. 



정말 매력적인 사업 기회가 찾아왔는데 me-too 모델이라면 안할 것인가?

  아니다. 큰 사업 기회가 있다면 할 거다. 난 그렇게 대단한 철학가가 아니다. 일단 하고 나서 뒷일을 정리해볼 것이다. CEO가 현실적이지 않으면 회사가 위험해진다.



Chapter2 얘기를 해보자.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이 있었고, 이런 결정이 나오기까지 어떤 생각을 했는가?

  ...세상은 그렇다. 인간이나 조직이나 열심히 하면 된다는 목표가 있으면 그일이 힘들어도 열심히 한다. 그런데 뭐를 해야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없을 때 진짜 힘들어진다. 2003년 당시 현대카드는 뭐를 해야 잘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M카드를 내놓을 때 '이것만 잘하면 돼, 다른 건 신경 쓰지마'라고 얘기했고 조직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일했다. 과거와 같은 공황상태가 작년에 나타났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Segmentation도 다시 봐야겠고, 상품도 다시 봐야겠고, 모두 뒤짚어 엎는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래서 Day 1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데이원은 오늘이 출근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10년 동안 해왔던 것을 완전히 제 3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거기서는 정태영을 비난해도 되고, 우리를 비난해도 된다. 왜냐면 정태영은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니까(하하).

  진짜 많은 비난을 신랄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TVA(Total Vies Accounting)'라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서 우리 회사를 여러 방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해봤다. TVA는 ERP에 심을 정도로 중요하고 아주 강력한 회계 기법이 됐다. 예를 들면 TVA에서 인건비란 항목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인건비가 아니다. 보통 인건비를 줄이자 하면 이를 아웃소싱을 해서 인건비를 다른 항목에 넣는 식으로 접근한다. 우리는 이와 달리 마케팅 비용, 인건비, IT 비용을 다 다시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실제 우리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 TVA는 통상적인 accounting을 다 무시해버리고, 인건비라고 하면 사람과 관련한 비용을 다른 계정과 중복되더라도 모두 다 모아서 보는 식이다. IT 비용에는 소프트웨어, IT 부서 비용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다시 들어간다. 다른 데 맡긴 것도 들어가고, 에이전트 비용도 들어가고 다 들어간다. 그러면 더블 카운팅을 허랑해야 한다. 인건비는 여기도 있고, 저기에도 있는데 우리 마음대로 잘라서 인건비 항목에 붙여보는 거다. 그동안에는 더블 또는 트리플 카운팅을 허락하지 않아 1차원적으로 밖에 회사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2차원, 3차원적으로 들어가보니까 정말 대단했다. 우리를 새로 보게 됐다. 합작 파트너인 GE 에서는 이걸 보고 천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모든 사업군에 TVA를 의무화했다.

  우리는 절대로 관성에 젖지 않겠다고 몸부림쳤는데 결국 관성에 젖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 그렇게까지 우리의 사고방식을  깨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관성에 젖어 있던 거다. 정말 큰 실패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다행스러운 건 그 실패를 우리가 발견했다는 거다. 여기서 많은 것들이 파생했다. Chapter 2가 나오고, Stage 2가 나오고, Page 2가 나오고, Wave 1, Wave 2 등 지금 기억나는 것만 해도 7가지 프로젝트가 나왔다. 



Chapter 2와 관련해서 TVA가 어떻게 전략으로 연결됐나.

  "예를 들어서 신규 회우너의 acquisition 비용과, 기존 회원의 retention 비요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물 퍼오는 비용이 동아리를 지키는 비용보다 과도하게 많았다고 할까. TVA를 해보니 이런 점들이 극대화돼서 나타났다.

  고객과 고객 사이에 불균형도 나타났다. 일부 고객이 다른 고객을 보조해주고 있었다. ...

  그래서 굉장히 정교하게 나눠봤다. 우리가 봐야 할 관점이 무엇일까. 엣날 모델이 오히려 더 간단하고 옳았다. 실버, 골드, 플래티넘 세 가지 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segmentation을 다시 한번 reshuffling을 제대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Chap.2가 나왔다. 누군가 그러더라. 단순하니까 오퍼레이션이 단순해졌겠다고. 그래서 물었다. "사용하기에 오토가 쉬우세요, 기어가 쉬우세요" "오토가 쉽지요.""그럼 오토가 만들기 힘들까요. 기어가 힘들까요?" 진짜로 Chap.2 는 겉보기와 같이 단순하지 않다. 밑에 있는 구조는 후러씬 복잡하다. 포인트와 캐시백으로 나눴찌만 시장에서 버림받지 않도 다양한 니즈를 맞춰주기 위해서는 훨씬 복잡한 수동변속기가 돌아가야 한다. 이건 이제 우리가 시장에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이긴 하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시장에 대한 분석을 먼저 하는 기업이 많다.

  시장 분석은 솔직히 얘기하면 카드는 안 했고, 오토는 했다. ... 거기서 나온 결과물은 출발점일 뿐이지 거기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빕밥을 만드는데 시장분석을 한다고 소금 더 칠까요, 고추장 더 넣을까요 물어본다고 가장 훌륭한 비빔밥이 나오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뷔페 비빔밥이 제일 맛있을 거다.



시장에서 배워가는 학습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그 원천은?

  우리 회사의 청각과 시각이 굉장히 좋고 다양하다. ... 우리는 구성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걸 보고 느낄 줄 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나가서 보고 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후하다. 내부적으로 Insight Trip이라는 게 있는데 비금융적이고 당면하지 ㅇ낳은 문제에 대해서 보고 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 쓸데없는 낭비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부분에 후하다. 이걸 내가 왜 봐야 하는지와 이걸 해서 손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출장보고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식 축적소도가 상당히 빠르다.



통찰을 어떻게 공유하나?

  일단 공유는 바로 해버린다. 여행을 가면 그날 저녁에 꼭 토론을 하라고 한다. 그날 공부를 그날 소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느낌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우리 인사이트 트립에 따라가고 싶어 하는데 우ㅚ부인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훼손될까봐 못하고 있다. 그리고 informal하게 유한다. ... 일단 이것이 냉장고에 들어가버리면 그 다음에는 공유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어디를 갈 때는 다방면의 종합팀을 편성한다. 디자인 관련라도 영업에 있는 사람들을 같이 보내서 공유하게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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